병력 청취는 CPX 시험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게 되는 단계로, 응시자들이 가장 열심히 준비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병력 청취는 임상표현과 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되면서도 논리적 체계를 잃지 않아야 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정형화된 형식에 맞춰 문진 내용을 준비하게 된다. 보통 ‘올드 코엑스 카페(OLD COEx CAFE) 외과약사가여’가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니모닉(mnemonic)이긴 하나, OPQRST SAMPLE을 비롯해 다른 암기법 역시 얼마든지 존재한다. 어떤 암기법을 쓰든, 물어야 할 것을 빠짐없이, 논리적으로 묻는다는 대원칙만 지킨다면 별 문제는 없다.
※ ‘물어야 할 것’의 범위가 몹시 애매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ALLEN CPX/OSCE의 임상표현별 병력 청취 항목은 기본적으로 『의사 국가시험(실기) 평가목표집 개정판』(2020)의 평가 목표에 부합하도록, 『기본진료수행지침 2판』을 바탕으로 서술하였다. 특히 『기본진료수행지침 2판』에서 감별하고자 하는 항목들을 최대한 짚고 넘어가되, 각 임상표현별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질문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사항 위주로 정리하였다. 응시자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문진 항목을 추가/변경해 활용할 것을 권한다.
ALLEN CPX/OSCE에서는 문진 내용을 크게 ‘주소에 대한 질문’, ‘주소 이외의 증상에 대한 질문’, ‘환자에 관한 정보’ 등 3가지 영역으로 나눴다. 이 문진 순서를 따라갈 경우, 우선적으로 환자가 불편을 호소하는 증상에 대해 면밀히 물은 뒤 감별을 위해 주소 이외의 증상에 대해 추가적으로 묻고, 마지막으로 진단에 도움이 되는 환자 정보를 확인하는 흐름으로 문진을 구성할 수 있다.
문진 순서의 암기법으로는 육하원칙에 기반한 분류법을 사용하여, ‘무슨 증상이,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가’에 대해 확인한 뒤, ‘다른 관련 증상은 어떤 것이 있으며 이런 증상은 왜 발생하는지’를 이어서 묻고, 마지막으로 환자 정보(누구)를 파악하는 식으로 배치했다. (‘무 언어 어떻게 외누?’: 무엇을 – 언제 – 어디서 – 어떻게 – 왜 – 누가)
한편, 앞서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의대생들 사이에는 ‘OLD COEx CAFE 외과약사가여’라는 널리 알려진 문진 순서가 있다. ALLEN CPX/OSCE는 이 문진 순서를 따르지는 않으나, 해당 문진법을 활용해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수월한 공부를 돕기 위해 각 문진 내용에 대응되는 항목을 병기했다. (‘상담’ 항목을 비롯한 일부 임상표현의 경우 타 임상표현과 문진의 성격이 많이 달라, 별도의 양식을 사용했다.)
무엇을 | 자기소개 및 면담 주제 협상안녕하세요, 학생의사 ☆☆☆입니다. 환자분의 성함과 나이 확인하겠습니다.병원에 오시는 데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오늘 어떤 일로 병원에 오셨나요?오늘 _____가 불편해서 오셨군요. 그 부분에 대해 진료를 봐드리면 될까요?약 10분 정도 문진과 신체진찰을 한 뒤,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 |
언제 | 증상의 발생 시점 | O: Onset |
증상의 유지 기간 | D: Duration | |
증상의 악화/완화 양상 | Co: Course | |
과거 유사한 증상의 경험 여부 | Ex: Experience | |
어디서 | (통증, 발진 등 일부 임상표현) 증상의 위치 | L: Location |
증상이 촉발/악화/완화되는 상황 | F: Factor | |
1차 요약 (3가지 이상 언급)몸 상태에 대해 몇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 중간 요약 | |
어떻게 | 증상의 양상, 불편함의 정도 | C: Character |
응급, 출혈경향성 등 | A: Associated sx. | |
주소에 흔히 동반되는 다른 증상 (계통 문진) | ||
왜 | 감별에 도움이 되는 다른 증상 | |
잘 말씀해 주시고 계십니다. 환자분 건강 정보와 관련해서 몇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 ||
누가 | 과거 병력/수술 이력/건강검진 여부 | 과: 과거력 |
약물력 | 약: 약물력 | |
직업, 음주, 흡연, 생활습관 | 사: 사회력 | |
가족력 | 가: 가족력 | |
2차 요약 (3가지 이상 언급)질문 내용이 많았는데, 잘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최종 요약 |
※ 임상표현에 따라 일부 항목은 제외될 수 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병력 청취를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다.
부정형보다는 긍정형으로 물어라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부정형보다는 긍정형으로 묻는 것이 좋으며, ‘혹시~’와 같은 말은 웬만해서는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부정형으로 물을 경우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방어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질문의 길이도 부정형보다 긍정형이 더 짧아 시간 단축에도 긍정형 질문이 더 유리하다.
“혹시 열이 나지는 않으세요?” (X)
“열이 나시나요?” (O)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물어라
의대생들은 ‘엄밀한 의학용어 사용’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받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료인들 사이에서 소통할 때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진료 상황에서는, 환자가 의학용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다소의 엄밀함을 희생하더라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서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한이 있으세요?” (X)
“몸이 으슬으슬 떨리세요?” (O)
“오심이 있으세요?” (X)
“구역질이 나세요?” (O)
여러 질문을 한데 묶어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먼저 물은 내용은 까먹기 쉬울뿐더러 어디에 대답을 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한 질문에 하나의 내용만 묻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 현실적으로 시간 단축을 위해 질문을 부득이하게 합칠 경우, 최대한 2개 이내로, 유사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질문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기침, 가래나 콧물이 나오세요?” (X)
“기침이 나오세요?” “콧물은요?” “가래는요?” (O)
민감한 질문은 미리 양해를 구하라
문진 항목 중에는 최근 성관계 여부나 정신과 진료 여부와 같이, 부득이하게 환자의 민감한 사생활에 대해 물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물을 때 ‘쿠션어’를 사용하며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답변을 들은 뒤에 여유가 된다면, 간단하게 질문 의도를 설명하는 것도 환자와의 라포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 성관계가 언제세요?” (X)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지만, 마지막 성관계는 언제이신가요?” (O)
“비슷한 증상을 보이시는 분들께 모두 여쭙는 질문입니다만, 마지막 성관계는 언제이신가요?” (O)
“혹시 정신과 약 드시는 거 있으세요?” (X)
“실례입니다만,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계신가요? (대답을 들은 뒤) 정신과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 중 급격히 살이 찌시는 분들이 많아 여쭸습니다.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
묻지만 말고, 대답도 들어라
CPX는 의학 지식을 평가하려는 시험이 아니다. 물론 중요한 질문을 빼먹어서는 당연히 안 되겠지만, 문진을 함에 있어 환자와 잘 상호작용하며 흐름을 주도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CPX 채점에는 훈련된 일반인인 SP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일반인 환자의 눈으로 보기에 얼마나 ‘전문가스럽게’ ‘환자를 배려하며’ 병력 청취에 임했는지는 PPI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단 문진할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다면, 환자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진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SP를 ‘대답 자판기’처럼 여기며 자신만의 체크리스트에 있는 질문을 모두 묻는 데만 골몰하다가는, 분명 모든 질문을 다 했는데도 저조한 점수를 받아드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중간중간에 환자의 증상에 공감하고, 경청하고 있다는 반응을 언어적/비언어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의사: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통증이 심한가요?”
환자: “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집안일도 못 해요.”
의사: “아이고, 많이 힘드시겠네요.”
※ 간혹, PPI를 챙기고자 이런 리액션을 ‘언급’하는 데 집착하는 응시자가 있다. 하지만 PPI는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한 번에 1점, “병원에 잘 오셨습니다” 한 번에 1점과 같은 식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형화된 멘트를 강박적으로 언급하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거나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의 괴리가 심할 경우,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한 사족이 될 수 있다.
문진만 하다 끝나면 무조건 불합격이다
많은 응시자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문진에 전체 12분 중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신체 진찰과 교육에 쓸 시간이 부족해 용두사미로 진료를 끝내는 것이다. 문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좋지만, 항상 남은 시간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문진을 끝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체 검진과 교육에 각각 3분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6분 내외로 문진을 끝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 시험장에 시계가 비치돼 있기는 하나, 진료 도중 계속 시계를 흘끔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복적 연습이 필수적이다.
문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질문이 과도하게 많은 것이다. 최대한 상세하게 물으려는 태도는 무척 좋으나, 시험장에서는 시간이 제한된 만큼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를 잘 판단해,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내용 위주로 문진 항목을 구성하도록 한다.
면담이 예상과 달리 흘러갈 가능성도 항상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응시자의 질문에 SP가 예상보다 길게 답을 하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시간조절에 실패해 시험이 다 꼬여버리는 응시자가 심심찮게 있다. 이런 경우 준비한 문진 항목 중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을 과감히 버리고 문진을 진행하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 제시된 예시 문진 항목은 중간 요약 1회와 최종 요약 1회로 구성돼 있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중간 요약 1회는 생략할 수 있다.